<들어가는 글>

최근의 벌어진 공空에 대한 토론이, 이 글은 쓰게된 계기였습니다.

여러 가지 여건상 토론에 직접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으나,
이러한 글을 쓸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시는
여러 법우님들께 지면으로나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글을 전개하는 방식은,
공空에 대한 저의 결론을 먼저 제시하고,
그것을 증명해가는 형태를 취하였습니다.

'니까야_공空은 최상승의 수행단계이다!'

'삼매에 4종선禪(초,2,3,4)이 있듯이,
(...가칭이지만...)
공空에도 4종공空(초,2,3,4)이 있다!'


<고따마 부처님의 공空>

"나와 나의 것이 텅 빈 것이므로 텅 빈 세상이라고 한다...
1) 시각에도 나와 나의 것이 텅 빈 것이며
형상에도 나와 나의 것이 텅 빈 것이며
시각의식에도 나와 나의 것이 텅 빈 것이며
시각접촉에도 나와 나의 것이 텅 빈 것이며
시각접촉을 조건으로 생겨나는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에도
나와 나의 것이 텅 비었다.
2) 청각에도...3) 후각에도...4) 미각에도...5) 촉각에도...6) 정신에도...
이와 같이 나와 나의 것이 텅 비었으므로 텅 빈 세상이라고 한다(텅 빈 세상의 경 S35:85)."

"1) 그는 안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인다.
안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동안,
그의 마음은 안으로 공에 뛰어들어 그것을 신뢰하고 정립하고 결정한다...
 2) 그는 밖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인다.
밖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동안,
그의 마음은 밖으로 공에 뛰어들어 그것을 신뢰하고 정립하고 결정한다...
 3) 그는 안팎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인다.
안팎으로 공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동안,
그의 마음은 안팎으로 공에 뛰어들어 그것을 신뢰하고 정립하고 결정한다...
 4) 그는 부동에 정신활동을 기울인다.
부동에 정신활동을 기울이는 동안,
그의 마음은 부동에 뛰어들어 그것을 신뢰하고 정립하고 결정한다(공空에 대한 큰 경 M122). "

"세존이시여, 저는 요즈음 자주 공(空)에 들어 머묾니다.
장하구나, 사리뿟따여. 장하구나, 사리뿟따여.
그대는 요즈음 자주 대인(大人)의 머묾으로 머무는구나.
사리뿟따여, 이것이 대인의 머묾이니 그것은 바로 공이다(탁발음식의 청정 경 M151)."

"과거세의...미래세의...현세의 어떠한 수행자들이나 ...
'나도 이와 같은 구경의 위없이 청정한 공을 성취하리라'라고 배워야 한다(공空에 대한 작은 경 M121)."


<공空의 현현顯現 사례_1 : 법法>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이 그 뗏목을 제대로 처리하는 것인가?...
그 사람은 저 언덕에 도달했을 때,
'이제 나는 이 뗏목을 육지로 예인해 놓거나, 물속에 침수시키고 갈 곳으로 가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이 해야 그 사람은 그 뗏목을 제대로 처리한 것이다...
이와 같이...건너가기 위하여 집착하지 않기 위하여 뗏목의 비유를 설했다...
참으로 뗏목에의 비유를 아는 그대들은, 가르침마저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가르침이 아닌 것임에랴(뱀에 대한비유의 경 M22)."

한글로 번역된 어떤 니까야라도, 아주 엉터리로 번역 된 경우가 아니라면,
어느 한 구절일지라도, '있는 그대로' 읽고/사유하고/암송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고따마 부처님은, 12_연기, 4_성제, 8정도로 만들어진,
'법의 뗏목'을 발견하신 분입니다(S12:65, 잡아함 299).
아마도, 그 뗏목은 육지에 예인되어 드러나 있었거나, 물속에 침수되어 감춰져 있었을 것입니다.
힘들게 발견하신 그 뗏목을 이용하여 강을 건너가신 다음,
고따마 부처님은, 그 뗏목을 원래 있던 자리에 되돌려 놓아두었습니다.
'내가 아니고, 내 것이 아니며, 나의 자아가 아닌 법의 뗏목'을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음은,
고따마 부처님께서 도달하신 공空의 모습일 것입니다.

뗏목의 비유로 묘사된 전체 내용은,
고따마 부처님을 뒤따르는 수행자라면,
공空의 경지에 이르기 위하여,
반드시 통과해야할 수행의 마지막 관문입니다.

뗏목을 이용하여 건너편 언덕에 오르지도 못한 사람들이나,
뗏목을 아직 발견하지도 못한 사람들이,
'뗏목을 버린 저의底意'가 따로 있는 듯 해석하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공空의 현현顯現 사례_2 : 여래>

"어떤...자가...색수상행식으로 여래를 묘사하여 '이런 분이 여래다.'라고 드러낼 식識,
(그 식識을 여래는) 잘랐고...다시는 일어나지 않게금 하였습니다.
여래는 식識으로부터 해탈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사후에도 존재한다...여래는 사후에 존재하지 않는다...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기도 하고 존재하지 않기도 한다...
여래는 사후에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라는 어떤 것도 적용되지 않습니다(케마경 S44:1)."

식識으로부터 해탈하신 고따마 부처님은,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고, 당신께서 당신 자신을 직접 표현하셨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말이외의 다른 표현이 있을 수 없다면,
고따마 부처님의 경지가, 공空의 경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고따마 부처님을 따르는 우리들의 목표도,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따마 부처님을,
온 우주의 법신, 상주불멸하시는 부처님, 본래불 등으로 부르는 것은,
니까야의 내용과는 너무나도 크게 어긋나는 행위입니다.
이러한 개념들을 지향하고 있는 반야경, 금강경등의 대승경전들은 잘못된 경전들입니다.


<공空의 현현顯現 사례_3 : 세상>

"세상은 영원합니까?...나는 '세상은 영원하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세상은 영원하지 않습니까?...나는 '세상은 영원하지 않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세상은 유한합니까?...나는 '세상은 유한하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세상은 무한합니까?...나는 '세상은 무한하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목갈라나경 S44:7)."

세상을 완벽하게 꿰뚫어 보신 고따마 부처님께서는,
세상 또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일부러 설명하려고 한다면,
설명하려는 그것으로부터, 점점 더 멀어집니다.
고따마 부처님은, 공空의 경지에서 세상을 바라 보셨던 분임에 틀림없습니다.

'설명할 수 없는 존재'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시는 모습들은 과연 어떠할까요?
'중생들의 그것과는 반대'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공空의 현현顯現 사례_4 : 생명과_몸>

"생명과_몸은 같은 것입니까?...나는 '생명과_몸은 같은 것이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
생명과_몸은 다른 것입니까?...나는 '생명과_몸은 다른 것이다.'라고 설명하지 않았다(목갈라나경 S44:7)."

생명과_몸을 완벽하게 꿰뚫어 보신 고따마 부처님께서는,
생명과_몸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대반열반경에 기록된 고따마 부처님의 생명과_몸에 대한 모습이야말로,
공空의 경지에 이르신 분들의 그것이며,
앞으로 닥칠 우리들의 임종_모습도 그렇게 되어야 할 것입니다.

현란한 어휘의 법화경과 화엄경 등의 대승경전들은,
용수의 중연衆緣, 상좌부의 24연 등의 연기_논설들과 마찬가지로,
생명과_몸, 세상들을 설명하는 연기_논설들의 확장_증보판들입니다.
다보_세계, 화엄_세계를 읊조리는 대신,
현대_학문을 통하여 생명과_몸, 세상을 공부하는 일이, 백번 더 옳은 일입니다.


<끝맺음>

"나는 이전에도 지금에도 괴로움과 괴로움의 소멸을 천명할 뿐이다(아누라다경 S44:2)."

고따마 부처님은, '설명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어떠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는 공空에 머무르고 계셨던 '위없는 스승'입니다.

고따마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10_무기無記 또는 14_무기無記의 진정한 의미는,
멍청해지라는 뜻이 아니라,
쓸 데 없는 생각들을 지어내지 말라는 간절한 당부입니다.

쓸데없이 낭비되는 시간에,
12_연기, 4_성제, 8_정도를 한 번 더 사유하여,
금생에, '설명할 수 없는 존재'가 되도록, 열심히 공부지어야 할 것입니다.

공空에 대한 설명이 니까야에 매우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열반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다고 해서 열반을 무시해서는 안 되듯이,
꼭 필요한 만큼의 공空에 대한 설명은,  엄연히 니까야에 존재하므로
니까야_공空이 무시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니까야_공空은 고따마 부처님의 완성품입니다.
니까야의 미비한 공空을, 용수가 보강했다는 일부 주장은 허언虛言입니다.
대승_불교의 탄생이, 고따마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도顚倒시키는 데 있었듯이,
용수의 공空 또한, 니까야_공空을 왜곡시키는 데 앞장 섰을 뿐입니다.(끝)

(2013.7.26)